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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종 교수의 새전북신문 월요칼럼 [문화자본주의 시대의 쌀 산업]
김도종 교수의 새전북신문 월요칼럼 [문화자본주의 시대의 쌀 산업]
철학과2014-11-17

[ 글번호 : 1389079908999 ]

 

 

[월요아침] 문화자본주의 시대의 쌀 산업
2014년 01월 05일 (일) 김도종 원광대 철학과 교수 APSUN@sjbnews.com
자기 농장에서 포도주를 제조하는 한 농민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하는 말씀을 들었다. 정부가 농업 선진지 견학을 지원하여 포도농가들이 유럽의 포도 농장을 시찰하고 온 적이 있단다. 그런데 자기는 많은 참고자료를 얻었으나 대부분의 포도 농가들이 실망하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포도농가들은 재배방법과 관련한 농사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나 그 곳 농장들은 재배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가공에 대해서만 말했다고 한다. 즉 유럽의 모든 포도 농가는 그 농장 안에서 직접 가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선전하더라는 것이다. 자기 상표를 가진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유럽의 포도 농장들은 더 이상 1차 산업의 차원을 넘어선 곳에 있다는 것이다.유럽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 고장에서 볼 수 있는 사례도 있다. 고창의 복분자 농민들은 복분자주를 비롯한 가공산업으로 확대한 결과 억대의 수익을 올리며 골프도 치러 다닌다는 보도를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부안의 오디산업도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이다. 새해 아침에 이런 말씀부터 드리는 것은 우리 지역을 생산양식의 변화에 맞게 농업을 개편하는 중심지로 만들자고 제안하려는 것이다.

현대는 문화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물질적인 의식주(衣食住)욕구와 함께 정신적인 진선미(眞善美)욕구를 동시에 추구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모든 개인이 자신만의 정체성(正體性)을 실현하려는 시대이다. 쉽게 말하면 현대인은 단지 배부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먹고 도덕적으로 먹으면서 영양을 섭취하려는 시대라는 것이다. 진선미(眞善美)욕구를 반영하는 산업이 4차 산업이다. 포도송이 그 자체가 1차 산업이라면 포도주는 2차 산업이고 판매와 유통은 3차산업이다. 거기에다가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담으면 4차 산업이 되는 것이다. 시대는 점차로 ‘명품’의 시대에서 ‘이야기가 있는 상품’의 시대로 바뀌어 지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흥미가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正體性)을 실현하려는 것과 관련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수산물 시장이 위축되었고 생선을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영업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와 관련된 것이다.진선미 욕구와 관련된 현대인의 욕구가 여기서도 드러났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은 방사능 오염의 위험이 없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 것은 ‘진(眞)’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탓이다. 일본산 수산물은 수입 유통시키지 않았다고 강변해도 믿지 못하는 것은 도덕적인 믿음을 주지 못한 것, 즉 ‘선(善)’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유가공제품을 소비한다는 것, 후쿠시마 공포에 시달리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 농수산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 사람들의 이러한 욕구를 한국산이 충족시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농수산물의 국제적 경쟁력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18만 8천원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쌀 값 몇 천원, 1∼2만원으로 울고 웃어야하는 것이 농민의 현실이라고 자조하고 있어야만 할 것인가? 쌀의 주산지라고 자처하는 전북인으로서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더구나 쌀 소비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데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인가? 여기서 1차 산업 시대의 쌀을 문화자본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4차 산업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해보자. 발상을 조금만 바꿔서 현재의 지역별 상표, 농산물 이력제로부터 조금만 발전 시켜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친환경적이고 밥맛이 좋다는 기본, 역사적으로 첨단 벼농사를 처음 시작한 지역(벽골제의 역사)이라는 이야기, 다수확 품종을 처음 개발하여 주곡자급의 혁명적 역사를 시작한 지역( 옛 호남 작물 시험장, 현재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 이라는 이야기 등을 더하면 중국과 일본의 소비자들에게도 설득력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는 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국회도 쌀 목표가격에만 집중하여 큰 선심이나 쓰는 듯 하지 말고 전북쌀을 국제적 상품으로 구성하는 일을 지원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쌀 농가들이 개인별로든지 영농조합별로든지 간에 ‘쌀 회사’로 법인을 만들고 수도권 시장만이 아니라 일본 시장 중국 시장을 노리는 의식과 열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시군정부(市郡政府)와 도정부(道政府), 중앙정부는 농민들의 ‘쌀 회사’를 기업지원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리고 무역협회는 이러한 쌀의 중국,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 할 수 있다. 농공상(農工商)이 융합한 쌀 산업의 개편을 시도해 보자. 여기에 진선미 산업으로의 쌀 산업 개편을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으로 뚫어 볼 수도 있다. 여러 나라와 자유 무역 협정을 맺을 때마다 농민과 농촌을 죽인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중국인과 일본인의 밥상에 전북산 쌀 제품이 오르는 시대를 만들어 보자./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