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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교수의 철학에세이[이야기시대와 문화콘텐츠의 가치]

[ 글번호 : 1228464522080 ]

[김정현의 철학 에세이]

이야기 시대와 문화 콘텐츠의 가치

스토리 발굴은 미래자본 준비과정

작성 : 2008-12-04 오후 7:21:00 / 수정 : 2008-12-04 오후 8:17:22
전북일보(desk@jjan.kr)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현대를 움직이는 사회적 생산력과 미래를 움직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정보화 시대 이후에는 어떤 사회가 오게 될 것인가? 세계에서 미래문제를 연구하는 가장 큰 집단인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옌센(Rolf Jensen)소장은 현대문명이 정보화 사회에서 드림 소사이어티, 즉 꿈의 사회로 이행해 갈 것이라고 말한다. 육체노동을 통해 물질을 생산하는 산업사회가 지나가고 정보의 처리능력을 중시하는 정보화 사회가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사회는 계속해서 진화하여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경제적 생산력이 상품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담긴 이야기에서 온다는 의미에서 ‘이야기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 사회는 상상력과 원시적 생명력이 이야기에 담겨 삶의 감성적 가치를 자극하고 이를 팔고 사며 소비하는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감성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곧 경제적 생산력과 연관된다. 신화와 전설, 꿈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되며, 꿈과 감성과 이야기가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되기에 여기에서는 상품보다는 이야기가 더욱 큰 가치를 지니게 된다.

1996년 코펜하겐 공항에서 1등석 고객에게 그린랜드에서 가져온 얼음과 더불어 “이 얼음에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공기, 태곳적의 숨결이 담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담긴 카드가 제공되었다. 얼음 속에 태고의 숨결이 담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별 가치 없는 얼음 한 조각을 보석 같은 가치로 만든 것이다. 현대문명의 정점에 해당하는 비행기 기체에서 원시의 숨결, 태고의 공기를 얼음에 담아 제공한다는 감성적 이야기를 만들어 이를 최고의 상품가치로 만든 것이다.

이야기의 가치와 생산은 우리의 내면에 있는 야생의 사고를 자극하고 끄집어내는 감성적 작업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지금까지의 삶의 저변에 놓인 다양한 원형적 이야기들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고 재생산하는 창조능력에 의해 부가가치화 된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나라 반도체 총 매출액이 231조이며,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시리즈가 소설, 영화, 캐릭터 등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이 총 308조원이라 할 때 이는 정보산업의 경제 생산력을 훨씬 넘어서는 액수이다. 미래는 이야기와 문화를 토대로 한 소프트파워의 시대가 될 것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콘텐츠, 모험, 환상, 권선징악, 판타지가 있는 이야기는 문화원형 속에 담겨있다. 독일의 로맨틱가도나 그림 동화와 마녀전설을 담고 있는 메르헨가도, 괴테가도 등 12개 문화기행 모델코스의 발굴은 이러한 문화콘텐츠 인프라구축의 구체적 사례이다. 삶의 이야기에 바로 미래자본이 있다. 우리의 삶의 원형적 이야기와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발굴은 바로 미래자본을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