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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인문학과 고전 읽기
인문학은 생각의 공부…고전 통해 삶의 지혜를
작성 : 2008-08-28 오후 5:03:05 / 수정 : 2008-08-28 오후 7:28:11
전북일보(desk@jjan.kr)
사람들은 오늘날 인문학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이 더 이상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회사의 CEO들은 기업경영을 위해, 세계의 불확실성과 혼란 속에서 통찰을 얻기 위해 다시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며, 하버드대학에서는 다시 철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인문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문학은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행동하고, 제대로 말하는 공부이다. 지도를 보는 방법도 모르면서, 지도 한 장도 없이 산행을 하게 되면 우리는 산에서 길을 쉽게 잃을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생각의 지도 한 장 없이,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방법도 배우지 않고 삶의 길을 걷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고통 속에서 그 길을 잃게 된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풍부한 생각의 공부이다. 인문학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들며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삶의 다양성과 문화적 인격을 요구하는 정보화 시대에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 인문학적 공부는 고전 읽기에서 시작된다. 고전은 지나가버린 고리타분한 옛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물이 아니다. 고전은 박물관 한 구석이 놓여있는 과거의 골동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인류에 의해 검증되고 유지된 지혜가 담겨있는 활성적 텍스트이다. 즉 고전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고급의 정보와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상상은 고전을 읽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창의성은 고전을 활용하는 사람의 것이다. 생각의 깊이는 고전을 소화시키는 사람에게서 형성된다. 훌륭한 글쓰기는 고전의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고전은 인간의 삶과 생각의 정보가 담겨있는 정신적 DNA, 즉 인간의 정신적 우주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삶의 지혜와 정보를 활용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사색의 결과를 밀도 있게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을 준다. 고전 읽기를 통해 고급의 정신적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고 표현할 수 있다. 창의적 인간은 고전 공부에서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디자인한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돈과 시간과 인내력을 고갈시키는 책은 우리의 정신에 해독을 끼치는 정신의 독약인데 반해, 고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며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그것이 문학책이던 철학서이던, 역사서이던 간에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인류가 만든 고급의 정보를 담고 있는 고전을 읽을 필요가 있다. 학문은 고전 읽기에서 비로소 시작되며, 삶의 지혜 역시 고전에서 길러질 수 있다. 원광대 글쓰기센터에서는 9월 10일부터 2주에 한 번씩 세계고전강좌를 개최해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세계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갈 예정이다.
/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