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Wonkwang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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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교수의 철학에세이 [몰입과 창조적인 삶]

[ 글번호 : 1219385037923 ]

[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몰입과 창조적인 삶

일이 놀이가 돼 몰입하면 즐거움속 창조적 삶 살아

작성 : 2008-08-21 오후 8:19:24 / 수정 : 2008-08-21 오후 8:45:23
전북일보(desk@jjan.kr)

우리의 일상은 노동과 여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소비하며 다른 사람과 만나 교제하고 휴식을 취하는 일련의 삶의 순환 사이클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의 경험이란 이런 일상적 삶 속에서 느끼는 재미(흥미)와 의미의 놀이이다. 그런데 현대인의 비극은 독일의 비판이론가 마르쿠제가 말하고 있듯이 일(노동)과 놀이(유희)가 분열되어 있다는데 있다. 생존을 위해 일하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고 여가를 위해 노는 것이 그다지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존과 여가, 일과 놀이, 즐거움과 의미가 우리의 삶 속에서 분열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찾는 사람,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는 사람은 이 두 영역을 통합하고자 한다. 자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이 두 영역의 다리 위에서 즐겁게 삶을 살아가며 노동과 유희를 함께 즐긴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은 수학문제를 풀면서도, 수술을 하면서도, 강의를 하면서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즐기며 게임을 한다. 재미있어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은 모든 정신적 관심을 오로지 그 게임에 바친다. 창의적인 사람은 몰입의 즐거움을 안다.

미켈란젤로는 15년간이나 시스틴 성당 천장에 매달려 극한의 육체적 고통 속에서 <천지창조>라는 세계적인 그림을 그려냈다. 퀴리부인은 엄동설한에 난로도 없이 실험실을 지키며 라듐을 발견했고 노벨상을 2번이나 받았다. 한국화의 대가 남농 허건선생은 추운 겨울에 난로도 없는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다리가 얼어 한쪽 다리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으며 현대 한국 산수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자신의 일이 놀이가 될 때 인간은 몰입이 주는 고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며 삶의 게임을 하게 되고 창조적인 업적을 성취해 낸다.

1866년 벤젠구조식을 찾아낸 케쿨레도 몰입을 통해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위대한 성취를 했다. 그는 화학의 탄소구조(C6H6)인 벤젠고리모형을 찾아냈는데, 이는 원자의 모형을 연구하던 중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꿈을 꾸고 난 후 찾아낸 것이다. 진력을 다해 몰입하고 절박하게 연구했던 그에게 진리의 세계가 하나의 영상적 이미지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듯 몰입의 즐거움은 삶에서 자기목표적 활동이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자신의 삶을 찾고 창조하려는 사람은 몰입 속에서 일의 즐거움과 놀이의 의미가 실상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삶을 즐기며 자신의 삶을 의미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몰입의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일의 즐거움과 새로운 것을 찾는 창의적 노력 속에서 몰입은 이루어지며, 이러한 몰입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