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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공간정리와 문제해결능력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 지도력·창의성도 좋아
작성 : 2008-08-14 오후 7:32:30 / 수정 : 2008-08-14 오후 8:13:49
전북일보(desk@jjan.kr)
우리는 항상 어떤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한다. 시간과 공간이란 우리의 삶이 유지되는 조건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시간이 삶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날줄이라면, 공간이란 삶의 사회적 터전을 만들어가는 씨줄이다. 물질과 인간의 관련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모두 공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사회적 공간이자 동시에 심리적 공간이다.
공간의 운영은 인간의 사회성, 즉 인간관계의 학습에도 연관되어 있으며,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관계설정에도 영향을 준다. 삶에서 자신의 공간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자신의 방을 갖고 옷장과 책상을 정리하고 배치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물건을 자신의 공간에 어떻게 배치하는 가는 그 사람의 취향이나 삶의 태도 혹은 의미부여에 따라 달라진다. 공간정리능력은 한 인간의 삶의 태도나 문제해결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아이젠하우어(Dwight D. Eisenhower)는 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맥아더와 더불어 2차 세계대전의 최고 영웅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었으며 후일 미국의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그는 ‘아이크의 미소’라고 불리는 매력적인 웃음의 소유자였으며 유머 감각과 친밀감으로 군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탁월한 리더의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무기는 특유의 미소도 탁월한 균형감각도 아니었고, 바로 복잡한 문제를 단순명료하게 풀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의 이름을 붙인 ‘아이젠하우어 원칙’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지럽고 복잡한 혼돈의 상태를 단순하게 정리 정돈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는 책상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며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처리했다. 그의 책상은 언제나 말끔했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책상이 수북하면 정신상태가 어지러워지며, 주위 공간이 쓰레기처럼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으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항상 주위 공간을 깨끗하게 정돈했던 그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여기에서 그의 진정한 리더쉽과 창의성이 나온 것이다.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어 풀 수 있는 단순화 능력과 정서적 집중력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머릿속과 주변이 잡동사니로 가득한 상태에서는 정서적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정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돈된 공간은 이미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창의성이 생길 수 있는 심리적 공간, 정서적 공간이다. 리더쉽도, 창의성도, 정서적 집중도, 문제해결능력도 잘 정돈된 정서적 공간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