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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
창조적 인간이 되기위해 다중지능에 관심 가져야
작성 : 2008-08-07 오후 7:14:37 / 수정 : 2008-08-07 오후 7:55:39
전북일보(desk@jjan.kr)
지금까지 인간의 지능은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무엇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지성능력이야말로 개인이 태어나면서 갖는 선천적인 능력으로 이는 유전자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변할 수 없으며, IQ 테스트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하버드대학의 교육심리학자이자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창조성 개발의 이론가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Gadner)는 지능이란 특정한 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 속에서 달리 평가될 수 있으며 테스트 결과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인간의 지능에는 언어지능, 음악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자기성찰지능, 인간친화지능 등 다중지능이 있다고 언급한다. 즉 머리가 좋아 암기를 잘 하고 학교성적이 항상 1등을 한다고 창조적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창조하는 정신(Creating Minds)』에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살았던 7명의 창조적 인간을 분석하며 다중지능과 창조성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가운데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자성(自省)의 영역에서, 일반상대성원리를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논리수학의 영역에서, 큐비즘을 통해 세계를 보는 방식을 새롭게 한 피카소는 공간영역에서, <불새>나 <봄의 제전>을 통해 20세기 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영역에서, <황무지>라는 시를 쓰며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T.S.엘리엇은 언어영역에서, 미국적 현대무용을 창조한 마샤 그레이엄은 신체운동영역에서, 비폭력주의로 세계인의 영혼을 움직인 간디는 대인관계능력에서 창조성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물들을 분석하면서 그는 창조성의 실현에는 10년의 숙성기간을 거치고 나서 10년간 사회에서 발휘되고, 그 다음 10년간 다른 분야로 확산된다는 ’10-10-10’의 법칙이 있으며, 경이로움과 풍부한 상상력, 모험심에 가득 찬 어린아이의 마음, 즉 ‘다섯 살 아이’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창조성이 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관심분야에 오랜 시간 몰두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이 창조적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IQ의 수치가 아니라 상상력이나 지적 호기심 등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다. 암기하고 이해하는 지적 학습도 중요하지만 음악이나 미술 혹은 시나 소설처럼 마음으로 느끼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감성적 학습도 창조성 개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섬세한 감각과 창의적 생각이 문화를 만들어가고 인류의 발전을 결정한다. 지능이 기질과 조합되고 환경이 다양한 경험과 접합될 때 다중지능은 발달할 수 있다. 창조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다중지능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