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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환경과 미래의 책임
파괴된 자연환경 되살려야 인간이 미래에도 살 수 있어
작성 : 2008-09-18 오후 5:34:55 / 수정 : 2008-09-18 오후 7:37:10
전북일보(desk@jjan.kr)
환경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터전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삶의 자양분과 생명을 주는 인류의 생존 마당이다. 그러나 자연과학에 힘입어 근대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도 사실 알고 보면 인간이 자연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자연과학의 발달은 자연을 지배하기 위한 문명의 도구를 발전시켰으며, 인간은 자연을 인간의 삶에 유용하게 변형하고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기 시작했다. 대지도, 숲도, 물이나 공기도 모두 경제적 가치를 지닌 숫자로 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단순히 경제적 가치나 물질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지구에서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게끔 하는 생명의 모체이다. 자연환경은 결코 돈으로 환원될 수 없는 생명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인류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살아가게끔 하는 미래의 생명터전이기도 하다.
독일의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현재 지구 자체의 종말을 피조물들이 고발하고 있다고 보며 인류는 생태학적 불감증을 치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만 윤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도 윤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며, 방종한 인간의 기술권력을 자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책임의 윤리를 요청한다. 그가 제시하는 윤리적 나침반은 미리 사유된 위험 자체를 발견하는 ‘공포의 발견술’이다. 이는 환경문제에 관해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불확정적 가능성을 준거점으로 현재 인간 행위의 규범성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환경문제에 대해 우리에게는 분명 미래의 책임이 있다. 미래에도 인류가 이 세계에 살아야만 한다는 것,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삶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은 인류의 새로운 생태학적 정언명법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개발의 명목으로 아마존 숲이 파괴되고, 온난화가 진행되며 기온과 바다 수온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미래에도 인류가 계속 존속할 수 있는가의 지구적 문제인 것이다. 몸의 한 부분이 아프면 몸 전체가 아프듯 환경문제는 지역의 문제인 동시에 전(全)지구적 문제이기도 하다.
제임스 러브록은 행성의학적 관점에서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진단하며 현재 지구가 ‘영장성 백혈병’에 걸려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행위로 인한 지구의 자연적인 기능교란에서 생긴 지구질병으로부터 생명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인류는 어버이 같은 너그러움과 사랑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환경은 인류가 미래에도 계속 존속할 수 있는 가이아(Gaia), 즉 대지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것은 우리 마음의 가이아를 찾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