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Wonkwang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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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교수의 철학에세이[글쓰기와 자기 표현하기]

[ 글번호 : 1223256382142 ]

[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글쓰기와 자기 표현하기

오랜시간 독서·사고훈련 자기표현 자산 풍부해져

작성 : 2008-10-02 오후 7:01:49 / 수정 : 2008-10-02 오후 7:25:26
전북일보(desk@jjan.kr)

우리는 매일 글을 쓰며 살아간다. 그것이 편지 글이던 일기 형식이던 또는 시나 수필이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글을 쓰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매일 말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라면, 문자로 표현된 글쓰기를 하며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문화적 본성이다. 즉 언어와 문자의 활동은 인간의 사회적 문화적 본성의 발로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활동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문자의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 등 내면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의 상태를 언어나 논리, 수사를 동원해 표현하는 것이기에 어떤 일정한 형식과 능력을 필요로 한다. 즉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산출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능력, 유용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자신의 사고를 사회 공동체와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 이를 자신의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능력 등이 요청된다. 글쓰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많은 독서와 사고 및 상상력의 훈련, 그리고 좋은 문장 연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청소년기에 많은 독서를 하고 시나 수필, 일기, 편지, 논술 등 글쓰기 연습을 한 사람은 그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평생 풍부한 자기표현의 자산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때 학교 공부와 성적에만 매달린 사람은 후일 전문직에 종사한다고 해도 좋은 문장과 제대로 된 글쓰기 표현을 할 수 없다. 창의적 상상력과 비판적 논리력, 문학적 수사력 등의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좋은 글은 어린 시절부터 훈련했던 영혼의 표현능력에 좌우된다.

글은 우리 인간을 많이 닮아있다. 인간의 몸이 뼈와 살과 피로 구성되어 있고 영혼의 활동을 반영하듯이, 글도 사고와 논리, 수사적 표현을 담고 있고 인간의 마음을 담아낸다. 글에 논리와 사상이 없으면 마치 뼈가 없는 사람 같고, 은유나 비유의 수사가 없으면 피가 흐르지 않는 기계 같다. 살이 너무 붙어 있으면 비만의 지루한 글이 되기 쉽고, 뼈가 없이 수사만 화려한 글은 흐느적거려 전달되지 않으며, 수사 없이 뼈만 있는 글은 잘 읽혀지지 않는다. 쇼펜하우어가 “문체는 정신의 관상”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문체의 옷을 입고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될 때 다른 사람에게 쾌적하게 전달될 수 있다. 글쓰기는 자신의 정신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자기표현과 의사전달의 활동이며, 다른 인간과 소통하는 열림의 매체인 것이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