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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교수의 철학에세이[말과 미래의 운명]

[ 글번호 : 1226626607675 ]

[김정현의 철학 에세이]

말과 미래의 운명

말은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이자 삶의 미래 만드는 운명의 메시지

작성 : 2008-11-13 오후 6:54:58 / 수정 : 2008-11-13 오후 8:23:29
전북일보(desk@jjan.kr)

우리는 매일 주변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는다. 깨어나면서부터 말하기 시작해 잠들기까지 우리는 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의 일상은 말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는 것은 삶의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고 자신의 의사와 욕구, 기대를 전달하는 사회적 문화적 행위이다. 말은 자신의 욕구를 전달하는 인간의 자기 표현수단이자 타인과 자신의 삶을 연결하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매개체이다.

이러한 말은 몸의 떨림을 통해 나오며 마음의 공명을 통해 전달되고 영혼의 울림으로 감응이 일어난다. 말은 생동적으로 살아있는 자신의 얼(혼)을 울려 퍼지게 하는 공명 행위, 즉 떨림과 울림을 통해 사람살이의 뜻을 세계에 알리는 사회적 행위이다. 떨림과 울림은 나의 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뜻이 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뜻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행위, 즉 표현과 뜻(의미)과 영적 정보의 나눔을 뜻한다. 매일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몸의 살림살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즉 사람살이의 지평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원적인 자기표현의 행위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영혼이 상처받고 왜곡된 사람은 거칠고 부정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반면, 긍정적인 몸의 살림살이를 하는 사람은 밝고 맑고 비전 있는 언어로 표현한다.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몸의 이야기는 곧 그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따뜻한 언어로 이루어진 삶의 이야기는 그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이고 전망 있게 만든다. 현재적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말은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말은 현재의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매체이자 동시에 미래의 삶을 만드는 생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언어란 존재의 집이라고 말한다. 언어는 내 삶의 정조가 담긴 존재의 집이다. 내적 불안이나 현실의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말은 더욱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마음이 여유 있고 생각이 정돈되어 있으면 말은 부드러워진다. 말은 내 영혼이 그대로 표현되는 존재의 집일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의 이야기가 전개될 미래의 텍스트공간이기도 하다.

우리의 인생은 말의 힘에 따라 전개된다. 어두운 생각을 담고 있는 말은 그것을 표현하는 순간에 자신의 삶을 어둡게 만들며, 밝은 마음을 담고 있는 말은 그것을 드러내는 순간 주변의 사람들에게 삶의 에너지가 된다. 분노를 담고 있는 말 한마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한마디의 말실수가 그 사람의 미래를 가로막기도 한다. 말은 우리 존재의 집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영혼의 에너지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에너지 파동처럼 영적 떨림과 울림을 통해 사람살이가 퍼져나가는 과정이며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며 동시에 미래를 만드는 운명의 메시지인 것이다. 우리가 말을 정성껏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