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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철학 에세이]
삶의 운영과 정신의 균형잡기
물질·영혼의 균형있는 소통이 정신적 행복·삶의 의미 찾게해
작성 : 2008-11-20 오후 9:19:36 / 수정 : 2008-11-20 오후 9:27:48
김은정(kimej@jjan.kr)
우리는 매일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삶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어떤 때는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일을 도모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정신적 위기를 겪기도 한다. 우리는 때로 마치 세상을 모두 얻은 듯 자만해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모든 것을 잃은 듯 절망하기도 한다. 삶의 운영에는 항상 불균형과 상실, 과잉과 결핍이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이다.
삶의 균형과 마음의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명예이던 돈이던 사회적 지위이던 권력이던 그것을 많이 갖게 되면 우리의 마음에는 자신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 자라난다. 반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속적인 가치를 얻지 못하면 우리는 자신을 왜소하게 여기며 자기부정의 늪에 빠지게 된다. 세속적 가치를 많이 갖고 적게 갖는 것에 상관없이 인간의 삶은 모두 존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소유 여하에 따라 마치 물건처럼 인간의 삶에 가격을 매긴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 가운데 많은 것이 이러한 세속적 소유물에 따라 삶의 가치를 매기는 물신주의적 삶의 태도나 마음에서 연유된다.
인간이 고통을 겪게 되는 원인을 서양 중세에서는 일곱 가지 중죄로 설명했다. 각 단어의 라틴어 앞 글자를 모아서 이를 ‘살리기아(SALIGIA)’라고 하는데, 이에는 오만, 인색(탐욕), 방탕, 분노, 식탐, 시기심, 게으름(우울) 등이 있다. 이 모두 마음의 균형이 상실될 때 일어나는 과잉과 결핍의 병인 것이다. 내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독선이 오만을 만들고, 이기주의적 자기만족을 우선시하는 마음이 탐욕과 인색을 낳게 되며, 삶의 절제와 경건성을 잃어버릴 때 방탕이 시작된다. 아집에 사로잡혀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분노를 일으키고, 먹을 것에 집착하는 탐식이 몸의 건강을 상하게 한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보지 못하고 그 결과만을 보는 사람은 시기심으로 삶을 파괴하고, 미래 없이 무의도식하며 사는 사람은 게으름에 빠져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삶의 운영을 물질로만 하게 되면 영혼이 황폐해지며, 물질 없이 영혼만 중시하게 되면 몸과 인간의 자연적 생명력이 피폐해진다. 물질과 영혼의 생명력 있는 소통이 삶의 이치이듯, 삶의 운영은 외부세계와 내면세계, 즉 세상과 마음의 균형잡기에서 이루어진다. 세속적 가치만을 중시하게 되면 자신의 삶의 의미와 인격의 가치가 비루해지게 되고,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어가 말하듯이 자아상실의 병이 생긴다. 돈 버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며 세속적 가치의 추구를 지상과제로 삼는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균형 있는 삶의 운영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삶의 운영은 고통에서 벗어나 바로 정신적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는 자아의 경영이기 때문이다.
/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