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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교수의 철학에세이[지구촌 시대와 열린 정신]

[ 글번호 : 1231468072855 ]

[김정현의 철학 에세이]

지구촌 시대와 열린 정신

세계의 문제 내 삶으로 가져와 능동적·관계적으로 사고해야

작성 : 2009-01-08 오후 7:02:48 / 수정 : 2009-01-08 오후 7:38:33
전북일보(desk@jjan.kr)

우리는 오늘날 지구촌을 하나의 보편적 삶의 공동체로 인식하며 세계시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외국인과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 다문화가정이 많아지고 있으며 그들과 음식, 의상, 문화, 생각을 서로 교환하는 세계문화체험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현대 프랑스의 지성 기 소르망(Guy Sorman)의 표현대로 우리는 세계가 나의 부족인 시대에 살고 있고, 지리적 문화적 가장자리가 따로 없는 세계 공동체로 수렴되며 편재된 중심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과거와 다른 지구 공동체의 삶을 실현하며 겪는 또 하나의 혁명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화의 물결이다. 이는 세계의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활동이 전(全)세계에서 함께 감지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구촌 체계’를 만든 것이다. ‘지구촌’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맥루언에 따르면 서양은 지난 3천 년간 지속된 세분화와 기계적 기술공학의 폭발(explosion)에 이어 이제 내파(implosion)를 경험하고 있고, 또한 우리의 중추신경계를 세계로 연결하는 그물망이 확장되면서 세계는 이제 ‘전자적 기술공학의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근대 산업문명의 기술적 폭발에 의해 우리의 육체가 공간적으로 확장되고 인간의 욕망이 증폭되는 시대를 거쳐, 오늘날 우리는 전자매체의 기술혁신에 의해 또 다른 문명의 내부폭발을 경험하며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극복하면서 정보와 욕망, 사고와 삶의 양식을 교환하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현재 이데올로기의 종언, 인터넷의 보급, 경제적 국경의 붕괴, 문화적 제국주의로서 세계의 맥도널드화, 신자유주의, 전(全)지구적 생태계의 위기 등 지구촌 문명의 변화와 위기를 담고 있는 중층적 문제의식의 광장(agora)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으며, 지구문명의 새로운 환경 속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전지구적 문명의 역사가 이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지구적 지평 위에서 그물망처럼 상호 연결되어 가고 있고, 지역과 세계, 특수성과 보편성, 중심과 탈중심의 이종교배적 삶의 질서를 교환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지구문명, 인터넷매체라는 그물망이 연결되어 언제 어디서나 유목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목시대이다. 정주적이고 권위적이며 위계적인 농경사회의 의식으로는 더 이상 지구지역사회(Glocalization)에서 역동적 삶을 실현하기 어렵다.

지구적 문명 속에서 세계시민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내 삶을 세계와 연결하고 세계의 문제를 내 삶으로 가져오는 능동적이며 관계적인 사고방식, 즉 지역과 세계, 나와 세계시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노마드적 사유가 필요하다. 지구촌 시대는 이제 부권적 농경적 질서를 요구하는 정주적 사유가 아니라 수평적 이동과 소통이 언제든 가능한 유목적 열린 사유를 요청하고 있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