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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철학 에세이]
여성적인 것과 창조산업 시대
‘감성적인 것’ 개발이 성패 좌우
작성 : 2009-01-15 오후 6:27:36 / 수정 : 2009-01-15 오후 7:29:39
전북일보(desk@jjan.kr)
21세기는 여성의 시대, 창조적 문화의 시대라 불린다. 여성적인 것, 감성적인 것이 문화적 부가가치를 산출하며 사회적 생산력을 제공하는 창조산업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는 신속히 산업인력을 양산하기 위해 대중교육과 주입식 교육을 강조했고 물리적 노동을 중시했으며 경쟁과 효율성의 가치관을 내세웠다면, 정보화사회 혹은 창조산업의 시대에는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시되고 지식과 이미지 창출이 곧 사회적 생산력의 바탕이 된다.
이제는 정량화된 단일지식보다는 다양하게 유동하는 부드러운 지식의 창출이, 즉 하드웨어적인 지식보다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지식의 융합이 요청된다. 상상력과 이야기 혹은 문화 콘텐츠가 이야기문화산업을 구성하는 원천적 자원이 되고, 과학, 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켜 만든 융합적 지식이 새로운 사회혁신을 일으키며 문화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성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기초로 하여 자연과학과 기술공학을 발전시켰고 이를 실마리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거대한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구축한 서양 근대문명에서는 양화된 지식과 많은 지식의 암기가 중요했고, 감성보다는 합리적 체계성을 형성하는 이성능력이, 감성적 창조성보다는 기술적 체계성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와 수단적 합리성의 토대 위에서 물질적 외면적 삶의 조건만을 중시하고 삶의 내적 가치와 의미를 외면하면서 인류는 인간 소외나 환경 파괴의 생태학적 위기를 체험하게 되었고 산업사회적 생산체제나 자본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
그 이후 20세기 말 컴퓨터, 인터넷, 지식정보 등으로 표기되는 정보화혁명이 일어나며 사회나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경쟁과 대결, 갈등과 같은 남성적 가치보다는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부드럽고 열린 사유가 요청되었으나, 정보혁명이 가져다 준 지구지역화시대의 내적 체험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지구공동체가 금융자본주의의 파국을 체험하면서 세계는 현재 또 하나의 문명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명전환의 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정보화시대, 이야기산업시대, 문화시대, 창조산업의 시대에 진입해 있거나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현재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공동체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화 시대에 서 있다. 이 시대는 감성적인 것, 창의적인 것, 지식융합의 내파적 요소를 문명의 생산동력으로 요청하고 있다. 모든 존재의 근원은 모성적인 것에 있다는 괴테의 말처럼 현대문명은 창조적 사유의 원형이자 존재 치유의 모태인 여성적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기술, 생명기술, 나노기술, 인지과학, 뇌과학, 철학, 심리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산업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것 못지않게 우리 안의 여성적인 것, 감성적인 것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