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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철학 에세이]
철학의 실천과 철학 치료
철학은 건강한 삶 이끄는 학문
작성 : 2009-01-29 오후 7:07:01 / 수정 : 2009-01-29 오후 7:52:29
전북일보(desk@jjan.kr)
철학이란 무엇일까? 이는 우리의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철학은 미네르바의 올빼미처럼 지나간 시대를 개념적으로 정리하고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대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현재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실천적으로 참여하는데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철학은 현재 여기에 있는 우리의 물음에 답하는 성찰적 학문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철학의 사회적 실천에 주목하며 철학과 삶의 영역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철학치료이다. 인간이 기계적이고 물질적이라는 전제를 거부하며 철학치료는 인간의 마음과 삶의 의미 및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이는 현실이나 삶의 문제와 떨어진 관념적 사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상실이나 가치분열로 고통 받고 있는 현대인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나 내면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휴머니즘의 언어를 찾는다. 우리는 돈, 승진, 행복, 우울, 불안, 절망, 갈등 등 일상에서 매일 수많은 삶의 문제와 부딪히며 내적 위기를 겪고 있는데, 철학치료는 이러한 실존적 위기나 의미상실의 삶에 치유적 에너지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의 인간의 삶에는 독일 철학자 마르쿠제가 말하고 있듯이 자본주의적 소유욕과 소비, 경쟁과 집착과 같은 공격적 에너지가 움직이고 있고, 다른 한편 무의미나 허무, 우울증과 무력감, 지배와 억압, 공격성과 잔인성 등 부정적 모습들이 담겨 있다. 현대에 인격의 해리현상이나 분열증, 주체의 실존적 위기나 삶의 파괴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러한 시대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에리히 프롬이 제시하고 있듯이 현대에는 특히 억압과 책임회피, 경쟁과 불안, 히스테리와 기관-신경증의 증가, 사디즘이나 마조히즘, 분노와 공격, 지배와 도피 등 다양한 병리현상들이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 많은 증상들이 삶의 의미문제와 연관된 것들이다.
철학은 이제 시대적 개체적 몸의 병리현상을 읽고 진단하는 심리학적 의학적 언어를 수행하며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기분열적 의미상실이나 인간의 자기중심 상실이라는 실존적 위기를 분석하고 이를 회복하는 치유적 역할에 실천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속된 것, 표피적인 것, 무의미한 것이 삶의 중심에 들어와 실존적 의미의 아우라를 소멸시키는 오늘날 삶의 의미상실로부터 야기되는 자기부정이나 무책임성, 삶의 부정과 공격적 자아분열 증후는 더욱 증식되고 있는데, 철학치료는 이러한 시대와 개인의 이중적 병리현상에 실존적 의미를 제공하며 삶을 능동적으로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의욕하는 치료법을 제시하는데 관심을 갖는다.
철학은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욕망, 감정, 공격성, 파괴성, 무력감, 기억, 망각, 불안, 방황, 의미상실, 고통, 마음의 상처 등의 문제를 분석함으로써 자기긍정, 삶의 긍정이라는 토대에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철학치료는 분명 실천철학을 통해 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며 철학의 실천을 시도하는 현대 철학의 의미 있는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