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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권교수님 칼럼

[ 글번호 : 1187221485158 ]

[전북칼럼]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다 – 김학권
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 철학과장)
[2007.08.14]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게 주어진 한정된 생명을 영원으로 연장시키기 위해 최선의 방법과 노력을 강구하면서 각자의 독특한 생을 영위하게 된다. 우리의 삶의 양식 또한 오랜 세월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고 영속화 하려는 노력의 결정체인 것이다.

8월초 나는 지인 몇 사람과 티벳 일대를 돌아보고 왔다. 본래 북경에서 기차를 이용하여 티벳의 라싸로 갈 계획이었으나 기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비행기를 이용하여 성도를 경유해서 라싸로 들어가게 되었다. 티없이 맑은 푸른 하늘과 그 위에 우뚝 솟은 하얀 설산의 봉우리들, 그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흰색 구름의 이동은 대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하늘아래 척박한 대지 위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장족(藏族)의 생활이란 현대문명의 풍요에서 배제된 열악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티벳지역의 대부분이 암석과 모래로 이루어진 데에다 평균해발 4,000미터에 육박하는 고온지대인지라 주로 야크와 양을 치면서 사는 유목생활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물론 중국 정부가 티벳의 라싸에 철도를 개설하고 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광활한 대지 위에 경제개발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2,3일이 지나지 않아 우리 일행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게 되었다. 고산증의 영향에다 이 지역 음식의 독특한 냄새와 기름에 데치거나 볶는 요리방법이 우리의 입에 도저히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식당에 특별히 부탁해서 기름과 향을 가하지 않은 몇 가지 소채, 그리고 오이와 당근, 양파를 주문하여 우리가 가져간 고추장을 발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라싸의 주방장이 보기에 우리가 부탁한 식단은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음식을 우리는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기뻐하며 먹었던 것이다.

티없이 맑은 아름다운 하늘, 설산의 영봉들과 흰색 구름이 함께 연출하는 대자연의 장관과 그 아름다운 하늘 아래 땅위에서 펼쳐지는 티벳인들의 열악한 삶의 양식(의식주)은 내 눈에는 분명 상반된 아이러니로 보였다. 이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나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넉넉한 물이 있고 춘하추동 사계절이 명확한 내나라 대한민국이 더 없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또한 담박하면서도 싱싱하고 풋풋한 우리의 음식이 제일 좋은 식단이며, 아울러 세계 최고의 음식은 각 가정의 주방에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은 우리의 삶에서 저만치 떨어져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 철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