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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세상을 바꾸는 책]’하늘은 네 안에서부터’ – 김정현 원광대교수
안셀름 그륀 지음·정하돈 옮김·분도출판사
[2007.09.07]
“밖으로 나가지 말라. 네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라. 진리는 인간의 내면에 있다.” 중세의 위대한 신학자였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진리란 우리 안에 있다고 설파했다. 그의 말은 자신이 가진 재산, 외모, 권력, 사회적 지위와 같이 외면적인 것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케 하는 명구 가운데 하나다.
명품의상이나 값비싼 아파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만 동시에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자아인식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책이 안셀름 그륀의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이다.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자신의 내면적인 세계 속에서 영성의 목소리를 듣게 해주는 책이다.
그륀은 철학, 신학, 심리학, 경영학 등 다양한 공부를 했고, 초기 사막 교부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80여권의 책을 썼으며 현재 독일의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츠아하 수도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적 지도신부이다. 이곳은 한국에 최초로 사제를 파견한 곳이자 한국박물관이 있는 곳이며 다채로운 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약 15년 전 그 수도원을 방문했던 나는 그륀의 책을 통해 그곳의 영성적 분위기를 매번 다시 만나곤 한다.
그륀은 선(禪)이나 융의 심리학과 만난 이후 가톨릭 전통 안에서 영성신학의 보화를 끄집어내어 현대인에게 가장 결여되어 있는 영성적 자기만남을 제시한다. 그는 여러 사막교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너의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하늘도 볼 것”이라고 말하며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강조한다. 즉 자신의 욕망을 관찰하고 고독 속에서 자신 안에 머물고 자신을 견디어내는 것이 모든 영적 발전과 인간적인 성숙을 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고독 속에서 하늘의 광대함을 호흡하는 경험을 통해, 즉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내적으로 성숙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자기 만남, 즉 자기 안에서 선과 악, 밝음과 어둠, 사랑과 미움 사이의 결렬한 투쟁의 내적 체험을 함으로써 인간은 더 강해질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그는 여기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분석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포만, 무절제, 탐욕 등의 욕구와 비탄, 분노, 나태 등의 감정, 명예욕, 질투, 교만 등의 정신세계를 관찰하고, 자신의 욕정들을 다루며 자신의 생각과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고 우리가 영적으로 성숙해지며 자신과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는 명상을 통해 도달되는 우리 안의 고요의 공간이 곧 평화의 관조이며, 우리는 이러한 훈련을 통해 온유한 사람이 되는 영성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성생활이란 온유하고 신중하고 경건한 삶을 유지하는 것으로 곧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이자 자유로운 삶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영성생활을 하고자 하는 그리스도교인들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유와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비종교인에게도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본지 서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