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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교수서평[자본주의에는 삶의 윤리가 있다]

[ 글번호 : 1193972683015 ]

[세상을 바꾸는 책]자본주의엔 ‘삶의 윤리’가 있다 – 김정현 교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2007.11.02]

“정신이 없는 전문가, 가슴없는 향락자: 이 공허한 인간들은 인류가 전에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해 지성사에서 최고의 분석을 한 독일의 사회사상가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영혼이 화석화되고 가슴이 황량해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이렇게 고발하고 있다. 삶에 대한 성찰이나 고뇌가 없는 지식기능인들이 늘어가고 심미적 감성이 없는 향락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오늘날, 자본주의란 진정 무엇이며, 과연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인간성을 향상시키고 있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란 어떤 정신에서 탄생된 것일까? 자본주의에는 과연 윤리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가장 명철하게 대답을 주는 명저가 바로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이 책은 근대 자본주의 정신과 금욕주의의 상관성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그렇게 획득한 재화를 마음대로 소비하며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금전욕을 충족시키고 가장 효율적으로 이를 소비하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일까? 베버는 화폐취득을 할 때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파렴치 현상은 바로 자본주의적 발전이 뒤처진 나라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금전욕에 거리낌없이 매달리는 것은 실은 근대 자본주의 정신과 거리가 먼 ‘천민자본주의’적 속성이라고 고발한다.

자본주의 정신은 이와 반대로 벼락부자의 과시, 불필요한 낭비나 권력의 자의적 사용을 경계하는 금욕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 경제생활에서 새로운 정신을 관철시키는데 결정적 전환을 이룬 사람들은 무모하고 파렴치한 투기업자나 경제적 모험가들 또는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대체로 엄격한 시민적 관점과 ‘원칙’을 갖고 신중하고도 과감하게 특히 ‘공정하고 성실하게’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다. 자본주의에는 경제적 이윤추구가 아니라 성실하게 일하고 자신의 삶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금욕주의적 윤리적 태도가 함장되어 있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이 직업적으로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정당한 이윤을 추구하려는 정신적 태도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거짓과 사기, 책략과 속임수를 통해 정당하지 못하게 돈을 벌고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는 가장 반(反)자본주의 정신인 것이다. 그는 세속적 일상적 노동이 곧 종교적 의무라는 개신교의 정신에서 직업개념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즉 세속적 직업노동은 바로 화폐만을 취득하려는 경제적 행위가 아니라 이웃 사랑의 외적 표현이라는 종교적 맥락을 지니고 있기에, 그로부터 얻어지는 재화 역시 근검, 절약, 저축, 정직 등 합리적인 생활태도를 통해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직업사상에 입각한 합리적 생활방식이며 금욕주의 정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그의 말은 소비와 낭비, 사치와 허영을 자본주의로 이해하는 우리 시대에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과 삶의 윤리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성찰적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