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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어둠을 뚫고 밝은 아침이 동튼다 – 김학권
김학권(원광대 철학과장)
[2007.12.11]
丁亥年 새해를 맞이해 부푼 가슴으로 한 해를 계획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일 년의 세월이 거의 다 흘러 올해도 이제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금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한 해의 끝자락에 들어선 지금 자연스레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기대 이상의 성과로 기뻤던 일도 있었고, 의외의 결과로 고통스러운 때도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던 때도 있었고, 애는 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사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과거에 우리가 꿈꾸며 기대했던 만큼 만족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족스러운 만큼 마음은 항상 꿈꾸는 미래로 향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은 기대한 만큼 성취할 수 없는 허망한 꿈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서러워하거나 노하지 말라.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이며,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사실 과거란 현재의 지속적인 흐름에 불과하며, 미래란 앞으로 다가서고 있는 잠재적 현재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는 곧바로 과거가 되고, 동시에 잠재적 미래가 된다. 그러기에 미래의 모습은 바로 현재의 모습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많은 요인들이 뒤얽혀 복잡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루어지기 때문에 삶을 영위하는 데에는 끊임없는 노력과 수고가 요청된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해도 항상 부족하며, 고통스러움은 뒤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결핍은 항상 결핍만으로 남는 것은 아니며, 고통은 항상 고통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봄날에 화사하게 피어난 꽃은 추운 겨울의 고통을 극복하고 이룩해 낸 생명의 환희이다. 인류의 역사에도 온갖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끝내 아름다운 성취를 이룩한 위대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많다.
현실이 기대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도, 또한 현실이 어둡고 고통스럽다 해도 우리는 현재의 상황에 갇혀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의 고통을 나를 단련시키는 계기로 삼아 보다 강인한 나를 만들고 성공한 삶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인물이었던 맹자는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 강하게 하고, 그 사람의 몸을 고통스럽게 하며 빈궁한 생활 속에 빠뜨려 그의 일을 어렵게 한다. 이는 그의 마음을 단련시켜 참을성 있고 강한 인성을 길러 줌으로써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의 하중을 온몸으로 떠받들고 있는 들보는 추운 겨울 견디며 자란 단단한 재질의 나무를 골라 사용한다. 찬란한 아침은 어두운 밤을 뚫고 나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가오는 2008년 戊子年에는 우리 모두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커다란 성취를 이룩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학권(원광대 철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