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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철학의 의미와 구체성의 철학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소통하는 공부
작성 : 2008-07-17 오후 7:32:03 / 수정 : 2008-07-17 오후 7:49:39
전북일보(desk@jjan.kr)
오늘날 우리는 “철학이 죽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는 철학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삶의 유용한 도구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인 유용성이 없으니 철학이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면 돈이 되지 않는다고 철학 자체에 대해 경시하곤 한다. 철학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듯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물질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정신적 고민도 하고 사랑도 느끼고 여러 가지 삶의 아픔도 경험하며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며 정의를 찾고자 노력한다. 올바른 행위와 도덕적 선(善)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행복과 운명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물음에는 ‘삶의 의미’에 대해 궁극적인 물음을 던지는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철학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공부이다. 버릴 것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 즉 존재의 세계에 대한 물음과 없어도 좋을 것이 없는 세계, 즉 당위의 세계에 대한 물음으로 그는 세계와 삶의 관계를 이해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우리의 이해와 해석을 필요로 하는 세계인 것이다.
철학은 인간을 탐구하고 사회와 시대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소통하는 공부이다. 철학은 데카르트가 그렇게 했듯이 세상과 자기 자신이라는 책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세계에 관한 독서다. 세상을 읽고 인간을 이해하며 참된 나를 찾는 지혜의 실천은 철학적 공부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행위는 어렵고 복잡한 언어나 추상적인 개념의 학습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구체적 일상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야스퍼스(K. Jaspers)가 철학을 ‘구체성의 철학’으로 본 것은 철학이 바로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 녹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공기를 호흡하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이나 그 존재의미를 잘 느끼지 못하듯 일상의 구체적 사건이나 생활에 철학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존재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철학은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 즉 노동, 행복, 고독, 권태, 절망, 고통, 의지, 사랑, 생명, 감정, 놀이, 죽음, 책임, 실존 등 삶의 모든 문제 속에 들어있다. 우리의 삶의 전 영역이 물음의 샘이며 의미의 바다이고 이해를 필요로 하는 지평선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구체적인 문제가 철학의 물음이 되고 이에 대해 철학이 의미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을 때 철학은 삶의 공기처럼 우리의 몸에 살아있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