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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휴머노이드 시대와 인간문제
삶에 제기하는 새로운 질문 “로봇과의 공존 준비됐나요”
작성 : 2008-10-23 오후 8:14:07 / 수정 :
전북일보(desk@jjan.kr)
“세상은 변하고 있고, 세상 안에서의 우리의 인간성 역시 변하고 있다.. 미래는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해 이해하고, 그리고 우리 인간의 본성을 기꺼이 재검토하려는 자세를 지니고서 가장 잘 접근할 수 있다.”
현재 MIT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이자 지능로봇 분야의 세계최고학자로 평가받는 브룩스(Rodney A. Brooks)교수는 미래의 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자기 이해도 변하고 있으며 이를 열린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농업혁명에서 출발하여, 문화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이제 21세기에는 로봇공학혁명과 생명공학혁명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세계의 변화는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며 이에 따라 우리의 생각도 변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많은 작품을 접하며 살고 있다. 인간의 몸에 기계장치를 단 슈퍼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TV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나 영화 <로보캅>, <터미네이터>, 목성탐사에서 인공지능이 디스커버리호의 승무원을 하나씩 죽임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SF영화 <2001 우주 오디세이>, 인간의 뇌파와 컴퓨터를 연결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매트릭스>, 입양된 로봇 데이빗이 버림받고 인간이 되고자 하는 영화 등 현대의 많은 영화나 작품들은 로봇공학시대의 상상력을 동원해 앞으로 인간의 사회나 문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로봇이나 인조인간의 이야기들은 이제 영화적 상상의 세계를 넘어 우리의 현실 속에 들어와 있다. 행성탐사, 수중탐사, 지뢰제거, 인명구조 등 인간의 한계를 넘는 위험한 곳이나 원격복강수술과 같은 하이퍼 핑거(hyper finger)의 외과수술 및 바이오 마이크로기계가 사용되는 나노생명공학영역뿐만 아니라, 심장박동조절기, 인공망막, 그리고 전기장치와 신경뉴런의 연결로 움직이는 의수, 신경체계와 컴퓨터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주변세계를 움직이는 통제보조장치 등 무수히 많은 일상생활의 영역에 로봇의 회로가 들어와 작동하고 있고 현재도 우리는 이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의미에서 로봇의 시대에 진입해 있으며 로봇과 공존해 살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로봇의 진화나 사이보그의 출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간의 피조물이 우리에게 ‘새로운 타자’로서 등장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인류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인간 의식과 삶의 변화를 야기하며 이에 따라 인간의 문제도, 그에 대한 철학적 과제나 답변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로봇공학의 단계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휴머노이드 시대의 진화과정은 인간의 삶에 새로운 많은 물음을 제기할 것이다. 우리는 열린 정신으로 휴머노이드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