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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전주 한옥마을의 지속가능성, “쾌적성”이 문제다.
겉으로만 한옥보존지구로 불릴 뿐 불량노후지구(슬럼)로 전락하는 단계에서 전주한옥마을이 비약적인 변신을 했다. 이제는 연간 5백만명이 찾아올 정도로 전라북도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여기서 걱정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여러 관광지가 그러했듯이 반짝하고 몰려들었다가 다시 찾지 않는 썰렁한 관광지가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행태가 철새 관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걱정은 더욱 커진다. 새로운 것이 생기면 떼로 몰려다니다가 쭉 빠지는 그러한 행태를 말하는 것이다. 경주의 보문관광단지, 부곡온천, 천안의 독립기념관 등 여러 관광지가 한 때는 한번쯤은 꼭 가보아야 하는 관광지로 여겨졌던 기억을 할 것이다. 가까이는 새만금 33 방조제도 그렇지 않은가? 다른 지역들을 교훈 삼아 전주한옥마을은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의 현장이 되도록 행정당국이나 시민 모두가 새로운 단계의 계획실천에 들어가야 할 때다. 우선 국내외 여행사들과의 꾸준한 협약을 하고 죽림온천의 재개발등 새로운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마음에 드는 관광지에 가면 도착하는 순간부터 나중에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본다. 지속가능성을 보장 받으려면 관광객이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라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전주한옥마을은 어떤가? 전주시민이 아닌 타 지역 사람들은 두 번째 방문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이다. 한옥마을이라는 이름답지 않게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오늘날 도시계획의 기본 개념이 쾌적성(어메니티)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참살이(웰빙)시대를 누리려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도시쾌적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편리한 교통과 자유로운 보행, 맑은 공기와 푸른 나무, 예술적 아름다움과 역사와 삶이 들어 있는 이야기 등을 갖춘 도시설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전주한옥마을은 최초에 전주시의 “도시쾌적성”을 위해 기획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한옥마을이 쾌적성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면 역설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관광지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 받으려면 현지 주민의 일상적 삶이 뒤섞여 있어야한다. 자연경관을 자원으로 하지 않는 한 상업시설만 존재하는 관광지는 다시 찾지 않는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나 부곡온천이 그 사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주한옥마을이 점차로 상업지구로 변모하는 관정을 본다. 주민은 떠나가고 상가만 남는다는 말이다.
주민은 땅 값이 올라 좋을지는 모르지만 생활하기에는 대단히 불편한 공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주차와 보행문제다. 은행로, 태조로, 동문 길에 비싼 돌로 보도를 만들어 놓았으나 그곳은 주차공간이 되었다. 보행자는 차도로 걸어야하는데 차량을 피해 천천히 살피고 배기가스를 맡으며 걷는다. 진짜 슬로우시티라는 자조를 하며 짜증내는 관광객을 자주 본다. 한 번 다녀가는 관광객도 짜증나는데 주민들이야 어떠하겠는가? 주민이 자긍심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이 한옥마을 홍보대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최소한 교통과 주차, 보행문제에 있어서 만이라도 말이다.
한옥마을로 접근하는 대중교통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소한 주말 이틀 동안 만이라도 역과 터미널로부터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여러 여행사를 통해 그것을 홍보한다면 힘들게 차를 몰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낮 시간도 문제지만 저녁시간 이후의 무분별한 불법주차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인들의 바가지 문제도 상인들 스스로 해결해보도록 권유한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상인들이 자치위원회 같은 조직을 통하여 이른바 공정가격 운동을 하는 모습을 홍보한다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믿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편안할 것이다. 또 전주한옥마을은 또한 오목대와 경기전을 중심으로 조선왕조의 발원지라는 역사성을 크게 나타내는 미학적 구성을 좀 더 강화해야한다. 그래야만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한옥마을과 차별화 할 수 있다. 4대종교와 민간신앙을 두루 체험하는 종교중심의 미학적 설계도 차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한지와 부채, 한국화와 판소리를 비롯하여 모든 예술 장르들의 융합을 시도하는 창작자들의 작업을 지원하고 그것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전주가 비빔밥의 도시에서 융합이라는 현대 정신까지도 구현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주와 전라북도가 한옥마을이라는 “슬기모(콘텥츠)”를 매개로 거듭나는 지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광대 철학과 교수